ERP라고 하면 대기업에서 쓰는 큰 시스템이 먼저 떠올라서 "우리 같은 회사가 무슨 ERP냐" 하고 미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엑셀 파일 여러 개로 버티시는데, ERP는 회사 안의 돈과 물건, 사람 흐름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라서 규모가 커야만 필요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은 큰 ERP를 사면 안 맞는 이유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대형 ERP가 잘 안 맞는 이유

대형 ERP는 수많은 업종과 회사를 다 받으려고 만들어진 거라 기능이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 실제로 쓰게 되는 건 일부뿐인데, 라이선스와 구축 비용은 전체를 기준으로 나옵니다.

화면도 안 쓰는 메뉴로 꽉 차 있어서 직원분들이 배우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고, 정해진 표준 절차에 회사를 맞춰야 해서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업무가 바뀌었을 때 고치려면 또 비용이 드니까, ERP는 ERP대로 있고 실제 일은 엑셀에서 하는 상황이 되기 쉽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만든다

맞춤 ERP는 회사에 진짜 필요한 흐름만 골라서 만듭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고가 빠지고, 모자라면 발주하고, 입고되면 다시 채워지는 재고 관리일 수도 있고, 매출과 매입, 미수금이 알아서 모이는 정산일 수도 있고, 거래처와 품목, 담당자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기본 정보 관리일 수도 있습니다.

인사나 생산처럼 당장 필요 없는 건 아예 만들지 않습니다. 화면이 단순하니 직원분들이 금방 익숙해지고, 나중에 필요해지면 그때 붙이면 됩니다.

한 번에 다 만들 필요도 없다

결재, 손익, 재고, 회계, 프로젝트 관리까지 한 번에 원하셨던 회사가 있었는데, 그때도 세 단계로 나눠서 가장 급한 결재와 손익 대시보드부터 만들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부터 완성형을 노리면 확인할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오래 걸리는데, 가장 불편한 것부터 쓰기 시작하면 몇 주 안에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단계별 기간은 사내 전산 만드는 데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에 적어 뒀습니다.

부서마다 따로 만든 대시보드가 있다면

요즘은 부서마다 각자 구글시트나 AI로 대시보드를 만들어 쓰다가, 막상 회사 전체 숫자를 보려고 하면 서로 기준이 달라서 합쳐지지 않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영업팀 매출과 재무팀 매출이 다르게 나오는 식이죠. 이럴 때 ERP를 만드는 건 새 기능을 넣는 것보다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일에 가깝고, 각 부서가 쓰던 화면은 최대한 살리면서 데이터만 한곳으로 모으는 쪽으로 진행합니다.

CRM, 자동화와 이어서

맞춤으로 만들면 ERP가 따로 놀지 않습니다. 영업 쪽은 맞춤 CRM과 이어지고, 매주 손으로 만들던 집계나 보고서는 업무 자동화로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만들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구성으로 만드는지는 사내 ERP 제작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작게 시작했을 때의 순서

재고 때문에 고민하시는 회사라면 보통은 품목과 거래처를 먼저 정리하고, 그다음에 입고와 출고를 기록하는 화면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재고 현황과 발주를 붙입니다. 품목 이름이 담당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는 경우가 정말 많아서, 이걸 먼저 하나로 맞춰 두지 않으면 재고 숫자가 맞을 수가 없습니다.

정산 쪽이 문제라면 매출과 매입을 거래처별로 쌓는 것부터 시작하고, 거기서 미수금과 미지급금이 자동으로 계산되게 합니다. 몇 달 써 보시면서 숫자가 맞는 게 확인되면 그때 손익이나 부서별 현황 같은 걸 얹어도 늦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 단계씩 가면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바로 쓸 수 있는 화면이 생겨서, 다 만들 때까지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다른 프로그램을 쓰고 계시다면

회계 프로그램이나 쇼핑몰 관리자처럼 이미 쓰고 계신 프로그램이 있으면, 그걸 버리지 않고 데이터만 받아오는 쪽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쇼핑몰 주문을 정해진 시간마다 가져와서 재고에서 빼거나, 회계 프로그램에 올릴 수 있는 형식으로 매출 자료를 내려받게 하는 식입니다. 직원분들은 하던 일을 그대로 하시고, 여러 군데 흩어진 숫자만 ERP에서 한 번에 보시는 거라 바꾸는 부담이 적습니다.

숫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기간

ERP로 넘어가고 첫 한두 달은 기존 엑셀과 ERP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는 기간을 꼭 두시는 게 좋습니다. 재고는 실제 창고 수량과 한 번 맞춰 보고, 미수금은 거래처 몇 곳에 확인해 보면 어디서 어긋나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이 기간에 맞춰 둔 숫자를 기준으로 그다음부터는 ERP만 보셔도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계 프로그램을 따로 쓰고 있는데 ERP와 겹치지 않나요?

세무 신고용 회계는 쓰시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쓰시고, ERP에서는 미수금이나 미지급처럼 회사 안에서 매일 봐야 하는 숫자만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하면 회계 프로그램에 올릴 수 있는 형식으로 내려받게 만들어 둡니다.

직원이 열 명 안쪽인데도 ERP가 필요할까요?

인원보다는 재고나 정산을 몇 사람이 엑셀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한 사람이 다 관리하고 있으면 아직은 엑셀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기능을 붙이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처음부터 나중에 붙일 걸 고려해서 만들어 두기 때문에, 필요한 화면만 추가하는 식으로 늘려 갈 수 있습니다.

ERP를 만들면 직원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화면이 회사 업무 순서 그대로라 따로 교육 시간을 길게 잡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쓰는 날 같이 한 번 눌러 보면서 설명드리고, 첫 주에 나오는 질문은 그때그때 답해 드리거나 화면을 고쳐서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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